[시론] 노동계, 노사정委 복귀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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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
한국노총은 지난 7일 노동부 장관 퇴진과 충주지부장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노사정위원회 탈퇴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마저 최근 노정갈등을 이유로 탈퇴함에 따라 노사정위는 운영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과 발전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도 찬물을 끼얹게 됐다.
노사갈등이든 노정갈등이든 모든 사회적 갈등에는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살펴 이에 상응한 합리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도다.
그러나 이번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결정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삼자 정책협의기구다.
노동정책을 비롯한 경제사회 정책수립에 노사단체가 참여함으로써 민주적인 정책결정과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노사관계 구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다.
노사정위는 1997년 말 IMF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부도 위기상황에서 경제·사회 위기극복을 위한 여러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경제회생에 기여했다.
교원노동조합의 결성권 보장 합의와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본 합의,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등을 통해 노동기본권 신장은 물론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의 이런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대화 기구의 위상강화를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이 대정부 투쟁전략의 일환으로 노사정위를 탈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노동계의 노사정위 탈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년을 돌이켜보면 노동계는 노사정위에서 논의 중이던 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방향이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작성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수차례 활동중단과 탈퇴,복귀를 거듭했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처럼 노사정위 논의 의제와는 하등의 상관도 없이 다만 노정관계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한 적은 없었다.
만일 노사정위를 형해화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정말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노사정위를 통해 노동계는 정책정보를 공유하고 정책수립 과정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근로자를 위한 중요한 권리를 포기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사정 간의 경제사회정책 협의기구는 아일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중국 남아공 브라질 등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설치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노동계가 탈퇴함으로써 협의기구의 운영이 파행을 겪은 사례는 찾아 볼 수 없다.
노사정이 성숙한 대화와 상호양보로 세계화 시대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을 이겨내고 고용창출을 위한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음을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고용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외환위기 극복 이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취약계층의 생활은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을 통한 근로자 생활향상에 보다 많은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추구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현은 노동운동의 목표와 정의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산적한 노동현안에 대한 논의가 지연될수록 근로자에게 미치는 손해가 커질 뿐이다.
노동계는 조속히 노사정위에 복귀해 주체적 의지와 역량을 갖고 정책 및 제도개선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조직 근로자는 물론 비조직 근로자의 권익신장을 위한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