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휴대전화의 '프리미엄 전략'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면서 전략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선진국 시장의 교체수요 포화와 가격경쟁 격화, 저가시장의 급속한 확대 등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삼성전자, 소니 에릭슨 등 고가 제품 위주의 휴대전화 업체들이 고전을 겪고 있다. ◇삼성, 소니에릭슨 등 실적 악화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3위인 삼성전자는 2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2천440만대를 기록했으나 매출은 4조1천9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9% 낮아졌다. 정보통신 부문 영업이익도 5천3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2%를 기록, 전분기보다 5%포인트, 전년 동기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시장의 양대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하는 6위 소니 에릭슨도 오는 19일 발표하는 2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스케 은행은 폴 제슨 애널리스트는 "소니 에릭슨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개발도상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장의 초점이 저가에 맞춰져 있어 소니 에릭슨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 LG전자[066570] 등 국내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북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시장은 교체 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3세대, 3.5세대폰에 대한 기대감으로 프리미엄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GSM(유럽통화방식)과 중저가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1,2위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저개발 시장의 GSM 시장 확대와 맞물려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모토로라는 40달러 이하의 저가폰 공급 계획을 밝히는 등 저가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 수정' 압박 거세질 듯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한 당분간 점유율 경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에 따라 전략 수정에 대한 압력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ABI 리서치도 최근 "오는 2009-2010년에는 휴대전화 신규 판매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시장의 중심이 교체 판매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고가폰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이익률 확대를 위해 고가 모델에 힘을 집중하고 있고 이것이 맞는 방향이기도 하지만 이같은 전략을 적정한 시기보다 3년 먼저 채택함으로써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사는 사람들이 많은 중국, 인도같은 지역의 시장확대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자발적이지는 않더라도 휴대전화 가격을 조금씩 떨어뜨리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당판매가격(ASP)은 지난 2003년 4분기의 225달러에서 지난해 분기별로 222달러, 197달러, 195달러, 182달러를 거쳐 올 1분기 185달러로 떨어졌으며 2분기에는 176달러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국내 평균 가격도 1분기 35만6천원에서 34만2천원으로 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출시 1-2개월만에 가격을 인하해 중가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강화하고 있는 인상이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싸이언 아이디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프리미엄폰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삼성전자가 오히려 중고가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LG전자도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프리미엄 전략 고수할 것"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격 정책을 변경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인도, 중국 같은 신흥 시장에서도 그 시장에 맞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국내외 시장에서 700만 화소 카메라폰, 초슬림 폰,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폰 등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면서 물량은 물론 판매가격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저가 제품은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마케팅은 브랜드'라는 기조하에 브랜드에 악영향을 주는 제품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지향점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적정한 이익률"이라면서 "인도, 중국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세계 다른 지역보다는 가격이 낮더라도 현지에서는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제품만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중가 제품은 최근 번호이동성용 전략 제품을 공급해 달라는 이통사의 요청에 따라 판매하고 있는 미니슬라이드폰 S350 한 모델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에 모토로라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위에 올랐던 삼성전자가 4분기에 중국, 인도 등지에서 중저가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 든 모토로라에 1천만대 이상의 차이로 뒤처진 데 이어 올해도 이같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휴대전화 사업 장기 전략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민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