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축제의 술이자 기쁨의 술인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입니다." 뜨거운 여름밤. 홍대앞 와인바 비나모르(Vinamour)에 선남선녀들이 모여 축제를 벌인다. 직업도 나이도 사는 곳도 다 다르지만 와인의 매력이 이들을 한 곳에 모이게 했다. 지난달 28일 저녁 8시 국내 최대 와인동호회(회원 1만3568명) '와인과 사람'(와사·www.winenpeople.cyworld.com) 의 홍대앞 소모임(분회)이 열리는 비나모르 와인바. 모임 회장 이진백씨(30·중앙M&B 기자)가 운을 뗐다. "25명 참석하는데 24병의 와인이 준비됐습니다. 모두 다섯국가의 스파클링 와인인데 만취해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와 분위기가 왁자해진다. "스파클링 와인은 식전주입니다. 음식 먹기 전에 마시면 음식 맛이 살아납니다. 탄산이 얼마나 밀도 있게 올라오느냐,기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와인의 질을 말하죠." 옆자리에 앉은 박성현씨(31·GM대우 근무)에게 "와인의 어떤 점이 좋습니까"하고 넌지시 말을 걸었다. "이 세상에 같은 와인이 한 병도 없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오늘 밤에 내가 마시는 이 와인이 나만의 와인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보세요." "와인은 포도의 품종,재배지역,제조방법과 포도품종의 혼합비율에 따라 다 다르죠. 같은 와인이라도 병의 보관상태와 개봉시간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묻지마 패션이 횡행하는 시대에 이처럼 자신만의 취향을 고집할 수 있는 분야도 드물지요." 모임의 '사부'격인 우서환 비나모르 와인바 사장(59)은 전 직장인 국정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서울시내 모 호텔직원으로부터 "와인을 즐겨보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 인연이 되어 정말 인생을 바꿨다. 와인마니아가 된 그는 아예 국정원을 그만두고 홍대입구에 와인바를 차렸다. 앞자리에 앉은 박성현씨가 대뜸 "언저리시구나"라면서 인사를 건네온다. '언저리'라니? 박씨 옆의 회원이 '용어해설'을 해준다. 비나모르는 모임 정원이 25명이라 인터넷 카페에 공지가 뜬 지 대략 3시간이면 예약이 꽉찬다. 간혹 레이스에서 밀린 사람들이 예외적으로 참석하는데,따로 '언저리' 자리가 배당된단다. 창립회원 송승훈씨(29·공인회계사)는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돌리는 버릇이 몸에 배어있다보니 소줏집에서도 무심코 잔을 돌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술 좋고 사람 좋은' 동호회의 특성상 간혹 회원커플이 생기기도 한다고 모임 회장은 귀띔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