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용액 속에서 극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분자를 캠코더 처럼 촬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이효철 교수(33)는 아주 짧은 엑스(X)선을 이용해 알코올 용액 속에서 움직이는 유기물 분자의 구조를 실시간으로 규명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프랑스 유럽방사광가속기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지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용액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분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정확히 측정하면 나노물질이나 단백질 등의 기능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너무 빠른 데다 분자 크기도 나노미터(㎚)보다 작아서 현미경 같은 기존 방법으로는 관찰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 교수팀은 유기물을 녹인 알코올 용액에 0.1㎚ 길이의 파장을 가진 엑스선 파를 쏜 후 여기에서 반사돼 나오는 신호를 측정,알코올과 유기물 분자들의 움직임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아주 짧은 파장의 엑스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억분의 1초 단위로 사진을 촬영한 셈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동안 엑스선을 이용한 분석법은 규칙적인 구조를 가진 고체 결정에만 주로 응용돼 왔으나 이 교수는 1년이 넘는 끈질긴 반복 실험과 신호분석을 통해 용액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이번 기술은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 분야의 기초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