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변화와 맥락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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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달러당 900원도 어렵다던 환율이 지난주에는 1050원까지 상승했고 일부에서는 1100원도 넘을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질을 흘렸지만,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면서 지켜보자는 심리가 팽배했고,유가는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주가는 신고가 근처에 있으면서 금리도 어느새 저점 대비 0.5%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렇게 경제를 움직이는 많은 가격 변수가 일관성 없이 요동치는 것처럼 보이지만,그 이면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라는 공통적인 비밀이 숨어 있다.
◆외환시장의 수급 붕괴
최근의 달러 강세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로 통합 지연에 따른 유로화의 상대적 약세전환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달러가치 상승의 정도는 미국의 금리 인상폭에 비해 다소 커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의 연말 정책금리 수준이 연 3.5~4.0%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공감대가 2~3개월 전부터 형성되어 있었고,구조적 모순인 쌍둥이적자는 악화되는 추세란 점에서 펀더멘털로 현재의 달러 강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런 현상은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달러 약세를 대비해서 달러를 너무 많이 팔아 놓은 결과로 보여진다.
◆세계화가 자산가격을 흔든다.
이런 현상은 세계화란 측면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화의 결과 자본의 흐름에서 국경이 없어졌다.
그리고 구조적인 저금리 때문에 국제투자자금은 수익률에 굶주려 있다.
결국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발 빠른 국제투자자금은 주식뿐 아니라 외환 금리선물 원자재 등 소위 돈 되는 자산을 빠르게 매매한다.
그리고 원금뿐만 아니라 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빚을 내서(캐리 트레이드) 투기적으로 투자금액을 늘린다.
이런 상황 때문에 자산가격 변동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자금을 빌려 한국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의 경우 미국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달러가치가 상승할 경우에는 환차손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이 투자자는 당연히 빨리 한국 주식을 팔아서 차입한 자금을 갚아야 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어날 때 일순간에 수요는 위축되고,공급은 폭증하면서 가격은 급락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펀더멘털을 고려할 수 없다.
그리고 수급 붕괴로 자산가격이 펀더멘털보다 현저하게 저평가돼 자발적인 매수세가 유입될 때까지 가격은 하락한다.
◆심한 가격변동에 노출
이렇게 국제투자자금의 치열한 단기 수익률 게임 양상이 더욱 커지면서 향후 자산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그만큼 투자위험도 증가할 전망이다.
모든 자산가격은 기본가치를 반영하지만,최근의 세계화와 저금리에 따른 국제투자자금의 공격성 증대로 짧게는 가격변동 원인을 제공했던 펀더멘털의 변화보다,급격한 수급변동으로 자산가격을 요동치게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달러가치 상승도 수급이 안정되어 일중 변동폭이 축소될 때까지는 성급한 예단을 피해야 한다.
◆펀더멘털ㆍ수급을 동시 파악
이런 현상을 피할 수 없다면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적응을 위한 첫 단추는 관심 있는 자산의 적정한 가치가 얼마인지,그리고 수급 붕괴가 자산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를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
또한 기다릴 여유 없는 빚쟁이 투자자가 만든 수급 붕괴를 잘 이용하려면,가격 변동만을 중계하는 뉴스보다 펀더멘털과 수급 변화를 동시에 감안하는 '분석 기사'와 친해져야 한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