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내수 경기마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효성의 주력 사업인 화섬사업의 경우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수요는 부진해 채산성이 매우 악화된 실정이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올 여름 시장 개척에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수익성이 좋고 규모의 경제를 갖춘 제품의 시장을 확대해 이익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공법'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와 관련,최근 그룹 임직원에게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을 잘 알아야 한다"며 "시장을 철저히 조사해서 고객 하나하나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런 과정을 넓혀가면 글로벌 경영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효성은 세계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스판덱스 '크레오라'의 시장 확대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지에 기술서비스센터(TSC)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객에 대한 기술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전기 분야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변전기 자재 수주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최대 전력 시장인 미국에도 진출해 초고압 변압기 및 차단기 사업을 구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조 회장이 올 여름 시장 개척 외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품질이다. 조 회장은 최근 '임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요구 수준을 알아야 하고 고객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고객밀착형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시장을 샅샅이 조사해 높은 품질의 물건을 비싼 값으로 사 줄 수 있는 고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와 함께 차세대 성장 엔진을 찾는 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기존 사업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중장기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직 문화 활성화도 조 회장의 여름 구상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화섬산업 침체에 따른 경영 부진으로 사기가 떨어진 임직원의 기를 살리고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효성은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매달 이상운 그룹총괄 사장 명의로 CEO레터를 발송하는 한편 변화와 혁신을 위한 아이엠체인징(I am changing) 캠페인을 벌이는 등 보수적이고 정체된 조직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 회장 스스로도 최근 안양공장 잔디구장에서 열린 축구대회에 참석해 결승전 시축을 하는 등 임직원과의 스킨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