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요?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주문량 맞추기 힘들 정도로 정신없이 바쁩니다." 지난 8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동부아남반도체의 부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가공) 공장.제조팀 도익수 차장은 밀려드는 주문의 납기를 맞추느라 닷새째 야근을 하고 있다면서도 전혀 피곤한 모습이 아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태산 같았죠.주문량이 턱없이 모자랐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공장 가동 이래 최대의 주문량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좋을밖에요." 도 차장의 말처럼 부천공장은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동안 줄었던 주문량이 급격히 늘면서 이 공장은 지난달 가동률이 90%까지 높아졌다. 사실상 풀가동이다. 지난 97년 공장을 가동한 이래 최대 호황이다. 이날도 공장 내 클린룸(제조라인)에서는 오퍼레이터(라인가동 담당 직원)들과 장비관리담당 직원들이 뒤섞여 쉴 틈 없이 라인을 돌리고 있었다. 사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국내외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으로 반도체 주문량이 크게 줄어 부천공장의 가동률은 60%대에 머물렀다. 충북에 있는 상우공장 상황도 마찬가지.동부아남의 지난 1분기 실적도 최악이었다. 영업손실 949억원,당기순손실 1163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영업손실 521억원)보다 크게 악화됐다. "주문 물량이 줄면서 제조라인에 설치된 장비의 40%가량을 돌리지 못했죠.또 유휴장비가 늘다보니 250여명에 달하는 직원 중 30%는 출근해서 이론 교육만 받다가 퇴근하기도 했습니다." 현민수 부천공장 제조팀장은 두 달 전까지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부천공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은 한 달 전부터.주 고객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도시바 삼성전자 필립스 등이 하반기를 대비해 주문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여기에 올 들어 D사와 M사 등을 대형 거래선으로 확보하고 국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회사) 업체들과 기술개발 제휴를 맺는 등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뿐만 아니다.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한 것도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부아남은 올해 수요가 늘고 있는 CIS(CMOS 이미지센서)와 LDI(LCD 구동칩),DSP(디지털신호처리기),고전압반도체 등 특화제품 분야를 강화했다. 또한 기존 공정에 비해 파운드리 양산 기간을 최대 7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는 '백본 스트럭처(Backbone Structure)' 공정도 도입했다. 고객사들의 주문량이 다시 늘기 시작하면서 지난 4월 60%대 후반이었던 부천과 충북 상우공장의 가동률은 5월 74%,6월 90%대로 높아졌다. 특히 부천공장의 경우 지난달 공장 기준물량(3만장)보다 많은 3만5000장의 웨이퍼를 투입하기 위해 라인 확충에 나섰다. 동부아남은 오는 9월께면 가동률이 95%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부터 모바일 및 컨슈머 기기가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수탁가공 물량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적 전망도 밝다. 송재인 동부아남 전략기획부문 상무는 "지난 1,2분기 실적악화와 상우공장 감가상각 처리비용(4000억원 예상) 때문에 올해 당장 흑자전환은 어렵겠지만 3분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상무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꾸준히 물량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하면 2007년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