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연쇄 폭탄테러 후 전 세계 이슬람 사회는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슬람인에 대한 증오와 인종차별이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알 카에다 지하드 유럽'이라는 이슬람 과격세력이 최소 50명의 사망자와 700여명의 부상자를 낸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함에 따라 무고한 이슬람인들조차 종교적인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테러 현장인 런던의 이슬람사원들에는 증오성 e-메일과 협박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며 일부 이슬람인들은 주변에서 싸늘한 눈초리를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영국내 이슬람인을 대표하는 영국이슬람위원회는 증오 메시지가 담긴 e-메일을 3만통 받았다며 런던의 이슬람인들은 외출하지 말고 가급적 집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영국 내 이슬람 신자는 160만명으로 추산되며, 런던에는 800만 시민 중 100만명에 달한다. 런던의 고급 백화점인 해로즈의 소유주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부터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케밥 상점의 주인까지 이슬람인들은 다문화 코스모폴리탄 도시인 런던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테러 다음날인 8일 런던의 한 이슬람사원인 이스트런던 모스크에는 8천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이슬람사회의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 사원의 이맘인 샤이크 압둘-카윰은 "런던 테러를 기획하고 자행한 사악한 사람들은 범죄인"이라며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테러를 규탄했다. 그는 "이 어려운 시기에 이슬람 신자들은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안감에 떨 수도 있다"며 "런던의 이슬람인들도 다른 런던 시민들처럼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이 사원은 테러 후 협박과 증오의 메시지로 가득 찬 e-메일과 전화를 받았으나 경찰의 경계 속에 이날 예배를 별 불상사 없이 평화로이 마쳤다. 채소상점을 운영하는 아흐메드 샤피(31)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한 이슬람 여성이 다른 행인으로부터 스카프를 끌어당기는 모욕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솔직히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런던의 방글라데시인들이 많이 사는 브릭 레인에서 슈퍼마켓 직원으로 일하는 압둘 무키트(37)도 "도대체 종교가 이번 테러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망할 이슬람인인 나는 도심에 들어가는 게 겁난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테러 후 이슬람사회에 대한 역풍을 우려해 "테러범들이 이슬람의 이름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나 이슬람인의 압도적 다수는 테러 행위를 혐오하는 올바르고 법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이슬람사회에 대한 관용을 촉구했다. 런던 중심부 웨스트민스터시의회는 8일 분노한 대중이 이슬람 사회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으며, 시의회는 이슬람인들을 보호할 것을 다짐하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영국내 이슬람인들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세계 이슬람인들은 9.11 테러 후 계속된 이슬람인에 대한 인종차별행위가 다시 극성을 부릴까 걱정하고 있다. 9.11 테러 후 사원의 창을 깨고, 벽에 이슬람 비방 낙서를 하고, 불까지 저지르는 반이슬람 행동에 시달린 미국내 많은 사원들은 런던 테러 후 자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아랍인들과 아랍 언론들은 테러 행위를 규탄하면서도 영국이 이라크전쟁에 참여하고,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 탓에 이번 테러를 당하게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테러를 유발하는 혼란의 최종 책임은 미국과 영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런던ㆍ두바이 APㆍ로이터=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