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은둔의 경영자 아닙니다."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3월 그룹 CI 선포식 직후 기자들과 커피를 마신 적은 있지만 간담회 형식의 언론 접촉은 그의 30년 기업 생활에 처음 있는 일이다.


허 회장은 "그룹 총수 가운데 나처럼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거리낌 없이 시내 한복판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있느냐"며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은 잘못 붙여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알리지 않아서 그렇지 현장경영을 통해 직원들과 스킨십도 많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보통 사람이고 보통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를 즐긴다"며 "중학교 때는 농구 선수로 활약했고 고등학교 시절엔 전국 규모 테니스 시합에도 나갔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GS그룹의 향후 비전과 관련해 해외사업 확대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사업 구조가 너무 내수 중심으로 구성돼 2010년 순이익 2조원이라는 비전을 달성하려면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GS건설이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에 짓고 있는 신도시에 GS의 슈퍼마켓 백화점 편의점을 진출시키고 홈쇼핑 분야도 이미 진출한 중국 시장 이외의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GS건설 및 GS칼텍스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해외에 정유공장을 지어주고 운영해주는 사업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S칼텍스와 GS홀딩스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사업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워낙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LG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에도 관심을 보였다.


대우 계열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우건설에는 관심이 없지만 조선이 매물로 나오면 GS가 조선업을 잘 할 수 있을지부터 검토하겠다"고 밝혀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허 회장은 그룹의 조직문화에 대해 "계열사에 자율권을 주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GS홀딩스는 계열사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LG와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LG는 물론 LS 등과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하고 만일 동일 업종에 뛰어들게 되더라도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LG가 진출하지 않는 다른 사업분야도 많은데 굳이 영역을 겹칠 필요가 있겠느냐"며 사업 중복을 피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