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페셜 럭셔리존] 강남선 커피 마시면 '촌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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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강남에서 '물' 좋기로 소문난 카페 '티톡스'.오전이라 다른 카페들은 한가한 분위기지만 유독 이곳만 북적인다.
삼삼오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패션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사진작가,모델과 연예인….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루비처럼 붉고 투명한 그린 석류,분홍색 수박요거트,갈색 유리병 빛의 자몽아쌈 등 형형색색의 이름도 희한한 음료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모양만 예쁜 게 아니다.
주문표에 쓰여진 대로라면 다이어트는 물론 노화 방지에 호르몬 분비 촉진까지 효능이 이만저만 아니다.
'만병통치약'이 따로없어 보일 정도다.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macrobiotic drinks)'가 핫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매크로바이오틱이란 장수건강식,넓게는 식이요법과 건강요법을 의미하는 단어.말하자면 장수건강 음료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는 단순한 장수건강 음료 차원을 넘어 '멋'과 '맛'이 더해진 개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게 왠지 멋져 보이던 때가 있었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안 그래요. 오히려 커피 마시는 사람이 촌스러워 보이니까요."
로데오 거리에서 수입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김재민씨.그는 최근 커피를 끊고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 족(族)에 합류했다.
10년간 즐겨 마시던 에스프레소 더블을 카페 스무디킹의 무(無)지방 프루츠 러버로 바꾼 것.그의 주변에도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 족'을 선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김씨와 같은 트렌드 세터들에게 음료는 구두나 핸드백 같은 패션상품이다.
"커피의 인기가 식은 것은 웰빙 바람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긴 합니다.그러나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 동네 사람들에겐 '별다방(스타벅스)'이 대중화되면서 커피문화가 진부해진거죠."
H수입가구 마케팅실의 최진희씨는 "매크로바이오틱 음료를 마실 때면 초록색 마크의 스타벅스 종이컵을 들고 있었을 때처럼 내가 최고급 유행의 한가운데 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가 기존 웰빙 음료와 또 다른 점은 무엇보다 맛을 중시한다는 것.이전에 출시된 유기농 건강식이 영양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에 맛에 소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푸드 컨설턴트이자 티톡스를 기획한 노희영씨는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 중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개의 재료를 섞어 만든 블렌딩 형태가 많다"며 그 이유는 "영양과 함께 맛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보카도 바나나,크렌베리 생강 같은 음료다.
지방과 단백질이 함유된 독특한 과일 아보카도에 바나나를 넣어 단 맛과 부드러움,비타민을 보강하는 식이다.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가 인기를 끌면서 요즘 강남에는 커피 장사보다 직접 개발한 메뉴로 재미를 보고 있는 카페가 적지 않다.
테이크 어반의 블루베리요구르트,그레잇의 우롱리치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노씨는 "앞으로 매크로바이오틱 드링크 전문을 표방한 카페가 서울 곳곳에 들어설 것"이라고 귀띔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