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돈몰려 .. '적립식펀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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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아슬아슬해 보이던 전(前)고점 돌파에 성공한 데는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적립식펀드 등으로 월 5000억원씩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장 체질이 달라졌으며 △외국인이 지난달 말부터 매수로 돌아섰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량주가 주도주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가의 강한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는 한국 증시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고 주가가 재평가되는 등 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3월 지수가 1000선에 도달했다가 미끄러졌을 때 바닥은 911이었다.
과거처럼 600~700선으로 떨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장의 체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역시 전고점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넘도록 한 결정적 요인은 외국인 매수와 대형주 상승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매수 강도를 높이고 시장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강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호전돼 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악재엔 둔감,호재엔 민감
현재 증시는 악재는 희석되고 호재만 반영되고 있다.
소주가 팔리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침체돼 있고 미국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증시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데도 주가는 꿈쩍도 안한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수출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등 호재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 이날 아시아 국가의 증시는 고유가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하락했지만 한국 증시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주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로 급등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지난 4월 지수가 911로 떨어졌다가 연중 최고가까지 치고 올라올 때도 고유가 등의 악재는 존재했지만 유동성의 힘에 밀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율 급등은 내수침체 대안인 수출에 불을 붙일 것으로 인식되면서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유동성의 힘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케 한 일등 공신은 적립식 펀드다.
적립식 펀드는 작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저금리시대 간접투자시대를 활짝 열었다.
적립식펀드 붐에 힘입어 주식형펀드 잔액은 13조원을 넘어서며 연초보다 4조5000억원 불어났다.
이는 기관의 매수 여력을 높여줬고 결국 증시는 '약골'에서 '강골'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에 힘입어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수급은 어떤 재료보다 강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증시 격언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유동성에 바탕한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과 대형주의 복귀
최근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외국인은 매수 우위로 돌아서 11일 동안 하루만 빼고 매일 주식을 사들였다.
이달 들어서는 4000억원어치 이상을 사면서 지난 3월 이후 가장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 기간엔 외국인은 판다'는 통념도 깨면서 삼성전자를 꾸준히 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작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보다는 실적이 2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GM 등을 따돌리고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고 삼성전자는 D램 가격의 개당 3달러 복귀와 TFT-LCD 가격 반등으로 실적 호전이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도주 복귀가 △한국 증시의 대표주라는 상징성과 △수많은 부품주들의 실적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세의 강력한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풍부한 유동성과 대형주의 복귀로 한국 증시는 16년 만에 지수 1000선에 안착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