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닐 때 취미를 살려 퇴직 후에 자기 사업을 하는 게 보람도 있고 실패확률도 낮을 것입니다."


영일만 구룡포 바닷가에서 '바다목장 해원 낚시터'라는 바다낚시의 묘미를 곁들린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창주씨(56)는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 이렇게 훈수했다.


포스코 포항공장에서 기술자로 청춘을 바치고 3년 전에 퇴직한 박씨는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퇴직하면 취미인 바다낚시와 관련된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관련 아이디어를 찾아보고 점포 자리도 여기저기 눈여겨 봐두기도 했다.


퇴직 후 사업 준비를 위해 영일만 바닷가에서 살다시피 하던 박씨는 국내 양식장들이 중국산 저가 활어의 대량 유입에 못견뎌 줄줄이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보면서 "폐양식장을 활용한 독특한 횟집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평소 회를 즐겨온 박씨는 횟집을 찾는 손님들이 횟감을 직접 고르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손님들이 바다낚시의 손맛을 느끼면서 횟감을 찾는 재미를 맛보게 하면 장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대견했지만 아무래도 미심쩍어 수산 전문가들과 기존 횟집 주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자문했다. 한결같이 "장사가 되겠다"는 반응들이었다.


'해보자'는 결심이 선 박씨는 올해 초 구룡포 해변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기에 안성맞춤인 폐양식장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곳은 육지와 바다가 맞닿은 곳에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고 제방 아래 쪽에 철제로 스크린을 설치해 양식어류들이 놀고 있는 양식장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게 돼 있었다. 박씨는 이 양식장에서 손님들이 횟감을 바로 낚아올릴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개장 초기부터 손님이 몰렸다.


고객들은 자신이 먹을 횟감을 직접 낚아올리는 재미에다 수족관이 아닌 천연의 바다와 바로 통해 있는 양식장에서 자연산처럼 뛰노는 횟감의 신선함에 반해 버렸다.


방문객들이 도구 없이 찾아와도 낚시를 할 수 있도록 현장에 장비도 갖춰 놓고 있다. 바다낚시 초보자라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10분 안에 고기를 낚아올릴 수 있도록 양식장에 다양한 어종들을 풍성하게 풀어놓았다.


지난 3일 일요일 대구에서 소문을 듣고 왔다는 김태기씨(35·직장인)는 "흡사 자연산을 낚아올리는 기분을 맛봤다"면서 "낚시와 횟집을 접목시킨 주인의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회도 신선해 좋았다"고 칭찬했다.


박씨는 폐양식장을 비교적 싼 값에 빌린 만큼 횟값을 싸게 책정해 고객들을 더욱 만족시키고 있다.


잡은 활어 값은 어종에 따라 마리당 2만∼3만원 선. 매운탕과 식사를 포함하면 1인당 1만∼1만5000원 선.


주5일 근무제 확산에 힘입어 지난 주말엔 대구 구미 등 외지 손님이 줄잡아 100여명을 넘어서는 등 창업 반년 만에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


박씨는 "호미곶과 등대박물관 등 볼거리들이 많은 곳에 가게 자리를 잡은 것도 개업 초기부터 손님을 모으는 데 주효했다"고 귀띔했다.


(054)276-9055


포항=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