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세 번째 대국민 메시지 성격의 글을 발표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5일 발표한 '한국정치,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글에서는 여소야대에 따른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자세히 털어놓으면서 전날 불거진 '연정'(연립정부)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연정을 중심으로 정치구도와 권력구조의 변화를 바라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일회성이나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국정운영의 어려움이나 난맥상을 여소야대 때문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적잖은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정,지금부터 건설적으로 논의하자"=노 대통령은 이날 "문제는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국회와 정부,여당과 야당이 부닥치는 일이 많다보니 생산적일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나라는 이런 경우 연정을 해 여소야대라는 문제는 생기지 않고,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리나라는 연정 이야기를 꺼내면 '야합'이니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고 비난부터 하니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내 지도자간 원론적 논의를 두고 범죄의 동업을 제안받기라도 한 것처럼 비난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며 "정계 뿐 아니라 학계,언론계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전날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밝힌 해명성 설명보다 훨씬 적극적인 입장이다. ◆국정의 어려움은 모두 여소야대 탓?=노 대통령은 "여당으로부터 지원을 얻기 위해선 선처를 구하는 길 이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는데 이런 대통령에게 야대 국회는 각료해임 건의안을 들이댄다"며 "각료들이 흔들려 결국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고,대통령이 흔들리니 개혁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리니 국정이 제대로 되기 어렵고 대통령이 야당의원 만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법도 고치고,정부를 통솔해 경제도 살리고,부동산도 잡고,교육과 노사문제도 해결하라고 한다"며 "이 모두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난과 교육,노사 등 사회·경제 문제가 모두 여소야대 때문이라고 둘러댄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또한 "여당에 지도력을 행사할 지렛대도 없으니 어느 나라보다 힘없는 정부 수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의 당권을 포기하고 당정분리를 선언한 것은 노 대통령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결국은 개헌 논의=이날 대국민 메시지에 '개헌'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이를 제안한 것"이라며 '개헌논의'로 비화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현재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어느 나라보다 힘없는 정부 수반인 대통령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안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이 없는 점 등은 모두 헌법관련 사항이다. 청와대가 의도했던 않했던간에 정치권은 개헌논의를 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