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외연도 기행‥ 대천항서 뱃길 35km, 해무에 추억을 적신다
'오리무중(五里霧中)'
바다안개에 갇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섬으로 다가가던 배가 갑자기 속도를 늦춘다.'뿌우욱 뿌우욱' 연신 기적을 울린다.충돌을 조심하라는 경고다.
'분명 여기 어디쯤 있을텐데…'.
섬은 레이다 계기판에만 거무스름하게 표시될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선미에 나가 선 선원은 연신 "왼쪽 왼쪽∼, 오른쪽∼"을 외쳐댄다.그리하길 십여분.안개를 비집고 등대 뒤로 희미하게 외연도가 보였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속한 먼바다 섬 외연도.연기에 가린 듯 까마득하게 보이는 섬이라 해서 얻은 이름이 외연도다.
외연도 인근은 그 이름에 걸맞게 해무가 자주 낀다.
때문에 지척에 접근해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섬으로 유명하다.
또 외연도에는 '바람이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해 먼바다에 자리하고 있다.
보령시에 속한 70여개의 섬 중 가장 서쪽에 치우쳐 있다.
대천항에서 뱃길로 무려 53km다.
외연도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 제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나라왕의 동생이었던 전횡장군은 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500여명의 군사를 이끌고 이 섬에 정착했다.
그러나 한고조가 이 섬까지 사신을 보내 항복을 권유하자 장군은 주민들의 안전을 걱정해 스스로 낙양으로 건너간 뒤 자결했다.
이후 섬 주민들은 상록수림에 사당을 세우고 매년 정월대보름에 전횡장군을 기리는 제사를 겸해 풍어제를 지내고 있다.
또 전횡장군의 정기가 어린 상록수림을 신성시해 작은 가지 하나라도 다치지 않도록 보존하고 있다.
원시 상태 그대로 잘 지켜진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 136호로 지정됐다.
숲은 우리나라 남서부 도서의 식물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후박나무 식나무 준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팽나무 상수리나무 고로쇠나무 등 다양한 낙엽활엽수가 식물군을 형성하고 있다.
상록수림에는 이와 함께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은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상록수림에서 나와 고개를 넘어가면 섬 뒤쪽 명금해안이 나온다.
왼편으로 바닷가를 내려보며 걷는 명금 가는 길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명금해안은 영겁의 세월과 풍파를 겪어온 동그란 몽돌들로 이뤄졌다.
해안에 서면 시간과 영속되는 자연의 위대함이 잔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이 밖에 인근의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봉화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역시 외연도 기행에 빼놓지 말아야 할 코스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여행수첩>
외연도행 선박은 대천항에서 오전 8시10분과 오후 3시 하루 2차례 떠난다.1시간30분 정도 간다.
배는 외연도에 도착한 뒤 곧바로 대천항으로 다시 회항한다.외연도 매표소(041-936-5013).
민박이 필요할 경우 어촌계(041-931-5750)에 연락하면 알선해 준다.
외연도 선창가에 있는 정미횟집은 어선을 소유한 선장이 직접 운영해 항상 신선한 자연산 해산물을 내놓는다.특히 6∼7월중에는 살이 올라 제맛이 나는 농어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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