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미국 모토로라가 휴대폰 관련 특허를 공유(크로스 라이선스)키로 한 것은 2,3위 업체가 힘을 합쳐 세계 휴대폰 업계 부동의 1위인 노키아를 추격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위권 메이커들을 밀어내 메이저 3사의 '파이'를 키우는 데 공조한다는 뜻도 있다. 아직 양사가 공유하는 특허가 얼마나 되는지,핵심 특허도 합의에 포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회사가 공조키로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휴대폰 업계는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치열한 세계 휴대폰 시장 경쟁 세계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3강(强)' 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노키아가 시장점유율 31.2%로 1위,모토로라가 16.7%로 2위,삼성전자가 14.2%로 3위를 차지하면서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맹추격으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28.4%까지 떨어졌던 노키아는 다시 공세에 나서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으며 모토로라도 2년새 점유율을 1.4%포인트나 높였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경쟁이 메이저 플레이어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2,3위 업체 간 협력은 노키아에 위협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굳이 노키아를 겨냥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메이저 업체들의 판도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타도 노키아'라는 양사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제휴라는 점을 시사했다. LG전자 소니에릭슨 지멘스 등 중간 그룹에도 이번 제휴는 적지 않은 충격이다. 3사의 과점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메이저 간의 협력이라는 점에서다. ◆어떤 분야인가 삼성전자는 이날 모토로라와 '무선통신 기술'에 관한 상호 특허 사용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무선통신 분야라는 점에서 3세대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 휴대폰과 블루투스,적외선 통신 등의 기술에 대한 상호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차세대 휴대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3세대 휴대폰 개발과 관련해 모토로라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누구든 손 잡는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었다지만 노키아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이긴 하지만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휴대폰 운영체제인 '시리즈60'의 특허를 공유키로 했다. 나의 발전을 위해선 영원한 적도,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얘기다. 윤승철 삼성전자 상무가 "점유율 경쟁은 5~6위권 기업들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선두업체와 손을 잡아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첨단기술을 빨리 습득하고 특허료 지급을 줄이자는 계산도 숨어있다. 삼성전자가 지급하는 연간 특허료는 1조3000억원.미국 특허청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특허 등록 순위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일본 캐논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일본 소니와 반도체 및 디지털가전 기술 등 1만여건의 특허를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특정 분야의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소니와 포괄적인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처럼 정보기술(IT) 분야의 어떤 업체들과도 기술 제휴를 맺을 용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특허 지급료를 대폭 낮추고 보다 용이하게 첨단 기술을 습득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