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의 일부를 떼어내 해외 투자에 나설 한국투자공사(KIC)가 1일 정식 출범한다. 정부는 KIC가 자산운용 기법,금융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동북아 금융허브로 가는 토대를 닦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KIC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어,실제 운용과정에서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견제장치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0억달러 굴리는 새로운 큰 손 KIC의 초기 운용자산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170억달러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 등 모두 200억달러. KIC는 이 자산의 70∼80%를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20여개 국내외 자산운용사에 맡길 계획이다. 경영진은 이강원 신임 사장을 비롯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5명 이내의 이사로 구성된다. 사장이 경영 전반을 관장하지만 구체적인 자산운용은 CIO가 맡게 된다. CIO로는 유능하고 경험 많은 외국인 금융전문가가 적합하다는 게 재정경제부의 생각이다. 중장기 투자계획이나 투자원칙·기준,자본 증감 등은 KIC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운영위에는 KIC 사장 외에 재경부 장관과 한은 총재 등 1조원 이상 자산을 맡긴 기관의 장(長)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며,대학 연구소 금융회사 등에서 10년 이상 금융·투자 분야 경력을 쌓은 민간 전문가들도 포함된다. ◆독립성 확보가 관건 KIC 설립을 위한 입법과정에서 가장 논란을 빚은 부분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보장'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운영위에 민간위원을 대폭 참여시키는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사장을 민간에서 뽑았고 CIO도 민간 전문가를 선임해 정부가 간섭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될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적지 않다. 금융계 관계자는 "KIC는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인데 제도적 장치가 아무리 잘 돼 있다고 해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국회 등에서 투명성을 주장하며 운용내역,수익률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경우 KIC의 설립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 지나친 수익성 추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KIC의 주된 설립 목적이 외환보유액의 효율적 활용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경우 외환보유액에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자산운용 노하우가 쌓일 때까지는 안전성 위주의 운용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한은과 수익성 경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