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주름살이 깊다. 영화시장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여름 '스타워즈3'과 '배트맨 비긴즈'의 흥행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화시장은 18주째 전년 대비 흥행수입 감소를 거듭, 20년만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대형 플라즈마 TV의 보급과 DVD의 인기를 극장관객의 감소를 가져온 주범으로 꼽는 분석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는 그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지나치게 리메이크에만 의존,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꼽아 눈길을 끈다. 할리우드가 '리메이크 바이러스'에 걸려 재능있는 감독들마저 과거의 인기TV시리즈나 영화를 리바이벌하는데만 동원돼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6월 마지막 주말에 개봉된 영화만 하더라도 69년도 영화 '러브 버그'를 리메이크한 '허비:풀리 로디드', 60년대 인기 TV시리즈를 영화화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아내는 요술장이'와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시리즈 4탄인 '시체들의 대지'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이어 개봉하는 영화들도 보면 스필버그의 '우주전쟁' 역시 H.G.웰스의 공상과학소설을 바탕으로 했고, 53년도에 한차례 영화화됐던 작품이며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공장' 역시 71년도에 한차례 영화화됐던 소설을 각색한 것. LA타임스는 이외에도 올여름 할리우드 극장가는 리메이크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하는 것도 모자라 스튜디오들이 잇따라 리메이크영화들의 제작을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스튜디오들이 안전한 흥행만 노려 대범하고 전복적인 작품들로 승부하기를 포기한 것을 이같은 리메이크 범람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스튜디오들이 새로운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 그리고 리메이크만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양산되는 리메이크영화나 각색영화들은 이전 오리지널 영화들이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해석하고 소화해 만들어진 것과 달리 "더 크게, 더 빨리"란 할리우드 공식에 따라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임스는 또한 재능있는 감독들이 리메이크에만 매달리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피터 잭슨은 '킹콩'을 리메이크하고 있고, 팀 버튼, 스필버그, 브라이언 싱어, 조나단 드미 등 비중있는 감독들이 요즘 모두 리메이크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 타임스는 "할리우드가 리메이크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표현하면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그저그렇게 비슷비슷한 리메이크영화들로 채워진다면 누군들 집에서 플라즈마TV로 DVD를 관람하길 마다하겠는가고 꼬집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 남 통신원 enam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