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징수한 각종 부담금이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 인상으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까지 해마다 크게 늘어 민간의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28일 기획예산처가 국무회의에 제출한 '2004년 부담금 운용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부담금 징수액은 모두 10조415억원으로 2003년(9조1831억원)에 비해 9.3%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이 ℓ당 8원에서 14원으로 환원되면서 전년보다 2127억원 늘어난 1조233억원을 기록했다.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작년 12월30일부터 한 갑당 204원 인상(150원→354원)하기 앞서 담배 사재기 영향으로 전년보다 1041억원 늘어난 8061억원이 걷혔다. 올해 담뱃값이 추가 인상되면 건강증진부담금 징수액은 1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도권에 새로 지어진 중대형 빌딩이 늘면서 2만5000㎥ 이상 규모의 업무용 건축물에 부과되는 과밀부담금도 전년보다 827억원 더 걷힌 12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 681억원 △환경개선부담금 418억원 △국외여행자 납부금 372억원 등의 순으로 징수액이 늘었다. 이렇게 걷힌 부담금 사용처는 △산업·정보·에너지 부문 2조5094억원(31.9%) △보증·금융 부문 1조5529억원(20.6%) △환경 부문 1조1406억원(15.2%) △보건·의료 부문 8061억원(10.7%) 등이다. 이와 함께 작년에는 부담금 2개가 새로 생겨 전체 부담금 수는 100개에서 102개로 늘어났다. 자유무역협정(FTA)법에 따라 농산물 수입업자에 부과하는 농산물수입이익금과,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업체에 물리는 총량초과부담금이 신설됐다. 하지만 과도한 부담금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투자의욕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는 부담금 가짓수와 금액이 계속 늘어나는데다 중복부과나 산정기준이 불투명한 경우도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산처 관계자는 "민관 공동의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통해 불합리한 부담금을 만들거나 확대하는 것을 억제하고 시행령에 규정된 부담금 부과요건을 법률로 규정하는 등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