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상장 유지비용 경감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상장을 유지해봤자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뒤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사실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실익(實益)이 없는 반면 의무와 부담만 잔뜩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인 자금조달 기능이 거의 퇴색해버린 탓이다. 거래소시장에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수년째 끊기다시피 했고 코스닥시장에서 겨우 일부 기업들이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조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상장유지를 위한 비용부담은 보통 큰 게 아니다.거래소와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체 평균 비용이 6억2000만원에 달한다. 회계비용(43%)과 이사회비용(34%)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공시비용(15%)과 상장관련비용(8%)도 결코 만만치 않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 비용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주가관리비용까지 합할 경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상장사들을 더욱 옥죄는 것은 비금전적 부담이다. 상장사 10곳 중 9곳 이상이 공시의무 및 지배구조 등에 대해 애로와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사실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도할 정도로 요구되는 수시공시의무는 물론 상장유지 조건의 충족, 집단소송 등에 따른 우발적 비용,주주들의 과도한 경영 개입 등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0년 이후 거래소를 떠난 상장사가 153개에 이르지만 새로 진입한 기업은 49개에 불과한 것도 상장유지 비용이 지나치게 큰 때문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장사를 늘리고 증시에 활력(活力)을 불어넣기 위해선 상장에 따른 메리트를 크게 확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선 투자자들의 권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기업공개절차 상장요건 공시의무 등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특정사업부문만 떼어내 주식을 발행하는 트래킹(tracking) 주식이나 의결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주식 등 신종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본다. 이는 물론 관련부처와의 협의 및 법개정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활성화 및 경영권 방어에 큰 도움을 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