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WTI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장중에는 이미 6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고유가 속에 미국 달러가치마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석유와 달러가 대체관계를 보여왔다.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달러가 약세를 보여 고유가에 따른 충격을 미국이 흡수해주었다.


그에 따라 한국 등 주요 아시아 원유 수입국들은 고유가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그랬다.


유가가 50달러가 넘는 고공행진을 해왔지만 원화 가치가 올라(달러 약세) 국내 기업들의 채산성과 우리 국민들의 체감유가는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들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달러가 유가와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 고유가의 충격이 미국이 아닌,중국 한국 등 아시아 원유 수입국들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시차문제를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로 고유가에 따른 각국별 명암을 분석해 보면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 미국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1.3포인트 올라간다.


이에 비해 중국은 2.3포인트,한국은 3.0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


환율과 같은 가격변수는 경제실상이 반영되는 얼굴이다.


과거와 달리 고유가 속에서도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성장률 등 기초 여건에서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견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인플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는 추세여서 금리격차에 따른 달러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명시적인 이유 외에 고유가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미국의 전략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는 일부 시각들이다.


쌍둥이 적자로 고유가에 따른 정책입지가 좁아진 미국이 달러강세를 유도해 고유가 부담을 원유 수입국들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쌍둥이 적자의 주범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고유가 부담을 집중시킴으로써 위안화를 절상하고 시장을 개방토록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외교적 마찰 없이 당면한 쌍둥이 적자문제를 해결하고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위상을 견제,초강대국으로서의 주도권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기묘한 전략이다.


진위여부를 떠나 이 같은 시각이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지금의 고유가·고달러 국면이 의외로 오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당국은 외환정책과 세제정책 등을 통해 원유도입 단가와 최종소비자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책목표와 충돌(policy conflict)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 경제여건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그리고 정책추진에 따른 흡수능력 등을 감안할 때 유가대책이 우선돼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