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식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책과 벗삼는 것이다.


부담없는 소설류라면 피서에 더더욱 좋다.


'한여름 밤의 꿈'(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이윤기·이다희 옮김,달궁)은 사랑에 미숙한 젊은이들이 성숙한 사랑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셰익스피어 특유의 익살과 유머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는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사랑과 우정,질투와 미움 등을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한 유행가의 가사처럼 언제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한때 헬레나를 사랑하던 데메트리오스는 그녀의 친구 헤르미아에게 빠지고 마법 꽃즙에 의해 다시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다.


헤르미아를 사랑하던 뤼산드로스 역시 마법 꽃즙 때문에 헤르미아의 친구 헬레나에게로 마음이 옮겨간다.


이렇게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여름 밤의 꿈'은 지금까지도 계속 연극으로 공연되고 영화화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영화 및 TV시리즈로 만들어진 '한여름 밤의 꿈'이 25편이나 되는 것은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사동 블루스'(박인식 지음,바움)는 산악인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서울의 대표적 전통문화거리인 인사동을 소재로 바람처럼 불꽃처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실명소설이다.


'기인열전'과도 같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불가능한 꿈과 모험과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


보통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정열이 그들을 지배한다.


소설 '만다라'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현몽 스님의 이룰 수 없는 사랑,물박사 성익환,바람의 시인 김홍성,마도로스 안종태 등 예사롭지 않은 '방외지사'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박씨는 "때로는 눈물짓게 하고 때로는 배꼽 잡게 하고 또 때로는 잊어버리자며 딴전 피게 하면서도 못내 설레던 인사동 사람들 이야기를 춤사위로 풀어보려 했다"며 "타산이 넘치는 각박한 세상에 그래도 낭만에 한 목숨 건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친다"고 말한다.


'카스테라'(박민규 지음,문학동네)는 '지구영웅전설','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으로 독특한 문학세계를 선보인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과 자본주의 비판,지구 밖으로 뻗어나가는 파괴적 상상력,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는 박민규 소설의 큰 특징이다.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소설가 이외수)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작가의 이러한 특징이 소설집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생에 훌리건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운 냉장고 이야기,링고 스타와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 등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넘실대는 단편 10편이 실려있다.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글들로 유쾌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록작 중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평론가들이 지난해 가장 좋은 단편으로 꼽은 작품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