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무려 12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등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남북간 교류협력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성과를 거뒀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물론 금강산면회소 건설사업의 구체화나 농업 및 수산부문의 협력 등을 위한 실무접촉을 늘리기로 한 것은 실질적인 교류확대의 계기(契機)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도출해 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번 합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선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북측이 핵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더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한반도 비핵화와 7월 중 6자 회담 복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가 하면,국제사회 또한 북측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태도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구체성있는 언질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북핵문제는 남북관계 진전과 긴장완화의 핵심과제다. 핵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간 신뢰를 말하기는 어렵다. 비록 남북이 여러 가지 합의를 이뤄냈다고 하더라도 핵문제가 풀리지 않고는 이를 실현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활성화를 계기로 핵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북측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選擇)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선 6자 회담에 복귀하는 게 순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