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기술의 보편화로 차별화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최대 변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IDSA)는 올해의 우수산업디자인상(IDEA) 수상작 148점(금상 38점,은상 59점,동상 51점)을 23일 발표했다. 1380점의 출품작 가운데 추려진 이 작품들은 아름다움 기능성 수익성의 3박자를 모두 충족시킨 디자인이다. 기능과 편의성은 기존 제품을 능가하면서도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화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쾰러가 만든 '퓨릭스' 변기는 물탱크가 달려 있지 않아 얼핏 보면 의자 같지만 전기모터를 내장하고 있어 일반 변기보다 물을 내리는 힘이 세다. 퍼듀대학이 출품한 어린이용 자전거 '시프트'는 보조바퀴를 없앤 대신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뒷바퀴를 세발자전거처럼 바꿨다. 호주 중장비회사 콤테크가 만든 음식물쓰레기차 '탑턴X'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함께 적재함 양쪽을 접어올려 중소형 트레일러에 실을 수 있는 편의성까지 갖췄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E부스트'는 날렵하고 각이 져야 한다는 스포츠카의 고정관념을 깨고 최대한 둥글게 디자인됐다. BMW는 초소형차 '미니'와 똑같은 이름 및 디자인을 컨셉트로 한 시계와 액세서리 시리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디자인에도 판매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의 팜원이 내놓은 '자이어'는 기존 PDA에 비해 훨씬 작고 가벼워 전자기기를 액세서리로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의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2003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300만대나 팔려나갔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