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파리의 대학생들은 "보도블록을 들어내라,그러면 자연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포스터를 거리곳곳에 붙였다. 봄이면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땅을 숨쉬게 하자는 염원을 표현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도시는 자연과 담을 쌓은 고독한 섬으로 변해 갔다. 도시 공간에는 고층건물들이 빼곡히 세워지고 온갖 조형물들이 들어서 "도시가 인간의 삶을 담는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 됐다. 그런데도 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고,각종 의료시설은 물론 문화시설이 다양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이러한 요인들은 '살기좋은 도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수십년 동안 환경은 뒷전인 채 개발명분에 밀려 형편없이 망가지고 헝클어졌다. 이제 와서 청계천이 복원되고 숭례문이 제 모습을 찾았다. 흉물스런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보행자 위주의 횡단보도가 시내 곳곳에 설치되는가 하면 자투리 땅엔 휴식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꽉 막혔던 도시의 숨통이 트여가는 양상이다. 서울은 그 외형으로만 보면 세계적인 도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쾌적한 도시로 각광을 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서구의 유명 도시들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데다 물가마저 만만치 않아서다. 엊그제 국제적 컨설팅업체인 프랑스의 머서 휴먼리소스 컨설팅(MHRC)은 서울의 물가가 세계 144개 도시 중 다섯 번째로 높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위에서 두 단계나 순위가 올랐다. 이 같은 물가상승은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물류비용의 증가, 그리고 원화강세의 탓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도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파리의 마레지역이나 보스턴의 비콘힐처럼,600년이 넘는 수도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서울은 물가를 상쇄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도시로 변신해 나간다면 물가타령이 아닌 서울찬가가 저절로 우러나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