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꼽히는 김수현 작가는 '자존심'이, 노희경 작가는 '솔직함'이 글을 쓰는 기본이라 말했다. 두 작가는 이금주, 박찬성 작가와 공저한 책 '드라마 아카데미'의 1부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편에서 자신들의 글쓰는 방식과 함께 드라마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적었다. 김 작가는 스스로를 '드라마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4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이 일을 하고 있는, 말하자면 이 분야에 있어서는 일종의 '노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굳이 한 마디로 집약해서 말한다면 '자존심의 결사 사수'라고 표현하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것에 맞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정리정돈하고, 그것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존심이 없는 드라마들을 보면 등장인물들의 인격장애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겨우 겨우 쪽지대본 내보내면서 시청률이 자존심이라고 믿고 연출자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고 꼬집었다. 작가 지망생을 위해서는 많은 책을 섭렵해야 하고, 균형 잡힌 가치관과 건강한 작가 정신을 가지며, 전문적이고 뛰어난 이야기꾼이 되기를 당부했다. 또한 "드라마를 얕보지 마라"고 일갈한 그는 "드라마는 인간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혹은 유쾌하게, 혹은 아름답게 그려내서, 보는 이들에게 휴식과 기쁨 혹은 감동을 주면서, 그들이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유도하고 활력을 주는 작업"이라고 평했다. 노희경 작가는 "작가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사를 써놓고 자문했을 때 이것이 아는 척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것이라 생각되면 지운다. 그래서 그런지 갈수록 제 작품의 대사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도 털어놓았다. 계속 읽고, 보고, 쓰는 '헝그리 정신'으로 점철된 날을 보냈을 때 처음으로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노 작가는 이어 "글을 쓰고나서부터 긍정적인 면이 많이 생겼으며, 글을 쓴다는 것 만으로 세상은 참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밥도 주었고, 꿈도 주었고, 아버지와의 화해도"라고 고백했다. 후배들에게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배우는 것, 틀에 맞지 않는 드라마가 틀을 벗어난 드라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인간에 대한 이해심은 드라마 작가의 기본이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 책은 두 작가의 글과 함께 2부에서는 이금주 작가가 쓴 '드라마 어떻게 쓸 것인가', 박찬성 작가가 집필한 3부 '실전! TV 드라마쓰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한국방송작가협회가 편집했으며, 펜타그램 출간. 440쪽. 1만6천원.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