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03년 세계적 경영전략가들을 순차적으로 초빙했다. 새로운 국가전략 수립을 앞두고 최고의 두뇌들에게 자문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초청된 인사는 세계 경영학계의 슈퍼스타이자 경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였다.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론을 주창하고 세계 각국의 경쟁력 순위 산정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포터 교수는 싱가포르만의 경쟁우위에 집중해 선진국이 되는 길을 제시했다.


이어 방문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대량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1류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2,3류 기술이라는 자신의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 이론을 강조했다.


전략가 초청 시리즈의 마지막이 바로 블루오션전략의 공동 창시자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였다. 그해 10월 초청된 두 교수는 경쟁을 통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세계의 고객들에게 놀라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블루오션전략에 싱가포르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과는 블루오션전략의 완승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같은 해 12월 '21세기 국가전략 수립을 위한 고위 공직자 사고전환 프로그램'에 김,마보안 교수를 다시 초청했고,이듬해인 2004년 3월에는 블루오션전략 실행집단인 VIAT(Value Innovation Action Tank)를 설립했다.


싱가포르가 마이클 포터 대신 김,마보안을 선택한 것은 경영전략론의 대변혁을 예고해 준다.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지금 제로섬 게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수요를 신규 창출하는 플러스섬 전략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