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2:07
수정2006.04.03 02:08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전격적 면담(面談) 결과가 알려진 후 국내외 관심은 이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과연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지에 쏠리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과 7월 중에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행동으로만 옮겨진다면 그간의 모든 불확실성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긍정적 기대 또한 높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 약속대로 이산가족 상봉, 장성급 회담의 재개 등이 이뤄진다면 현재 진행중인 남북경협 등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국내 분위기도 크게 호전될 것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이번 면담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아직은 완전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 발언이 나오기 전만 해도 북한은 미국에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때문에 미국은 김 위원장 발언의 진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해 봐야겠다고 말하고 있고, 일본은 외교적 전략의 일환 아니냐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이 대남관계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북핵 전략의 방편으로 한국을 이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주목할 만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과연 어떤 행동으로 옮겨질 것인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북한의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일이 수도 없이 반복돼 실망을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보면 국제사회의 당연한 반응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핵문제 해결이나 남북간의 신뢰회복은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 특히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처음으로 내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이 했던 발언과 다르게 북한이 또다시 과거와 같은 구태의연(舊態依然)한 모습을 보이고 만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 때는 정말이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노력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