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용어로 '6 figure artists'란 말이 있다. 6자리 숫자란 뜻으로 작품이 보통 10만달러(1억원)이상에 거래되는 화가를 의미한다.국제미술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작품가가 최소 10만달러는 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해당되는 국내 화가는 누가 있을까.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과 이중섭은 물론 이에 해당된다. 이들의 그림값은 호당 10만달러를 웃돈다.하지만 박수근과 이중섭은 ‘로컬(local)화가’다.박수근 그림이 뉴욕이나 런던의 소더비 크리스티경매에 종종 나오지만 구매자는 1백% 한국인이다.외국인은 관심이 없으니 지역화가일뿐이다. 국제미술시장에서 통용되는 한국작가로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백남준이 우선 떠오른다. 그가 우리가 길러낸 작가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국제미술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인 것만은 틀림없다. 유감스럽게도 백남준은 그 명성에 비해 작품가격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초순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와 필립스 메이저 경매에 백남준의 작품 4점이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나왔다. 이 중 2점이 거래됐는데 한 점은 6만3000달러에,다른 한 점은 10만8000달러에 팔렸다. 수수료(20%)를 빼면 10만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일본과 중국작가들은 어떤가. 일본의 원로작가인 야요이 구사마(76)의 작품은 이번 크리스티경매에서 120만달러에 거래됐다. 요즘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카시 무라카미(42)의 작품은 지난해 소더비경매에서 62만달러에 낙찰됐다. 중국 추상회화의 거장인 자오 우키의 작품은 2002년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97만달러에,작고 작가인 치 바이스의 작품은 이달 초 소더비 홍콩경매에서 66만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국내 미술계는 한국의 현대미술 수준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현대미술이 훨씬 낫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무대라는 큰 틀에서 보면 우리의 시각은 '우물안 개구리'식 아집일뿐이다. '스타작가'가 없고,특히 국제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가 거의 없다는 게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다. 요즘 해외미술시장을 겨냥해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지만 얼마나 지속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