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선잠을 깨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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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한 발 걸치면서
창틀을 타고 넘어와
거실 한편에 발을 뻗는다
다정하다
집사람 친구가 분양해준
관음죽 새순이 달빛에 입맛을 다신다
지난 봄에 갔던 소백산이
달 표면에 어른거리고
재잘대던 물소리도 들려온다
거실을 횡단하던 바퀴벌레가
달빛에 걸려 오래 헛바퀴를 돈다
해골 속으로 먹어들어 오는
달빛의 느린 속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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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정하다
- 박세현 '선잠을 깨고 나니' 전문
도대체 맨정신으로 맘 편하게 잠들었던 기억이 까마득하다.
직장에서,거리에서,또는 쉬고 싶어 찾은 휴양지에서 조차 우리는
정글을 헤치듯 숨가쁘게 '생존'해야만 한다.
거만하게 치솟은 아파트 숲을 넘어 거실 한 켠에 숨어든
달빛은 그래서 시인에게 축복이었을 것이다.
적막한 밤,관음죽 새순위에 일렁이는 황홀한 달빛.
고단한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우리 일상에 간혹 끼어드는
이런 사소한 축복들 때문이 아닐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