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간 한.일 정상회담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사실 확인작업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확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료인 '후생연금명부와 공탁금 명부'를 한국측에 제공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언급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 규명위원회는 19일 한.일정상회담에서 후생연금명부 및 공탁금명부 제공 협조와 희생자 사망경위 조사 등을 언급해줄 것을 외교통상부에 요청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신고가 지난 18일 현재 15만4천69건에 달하고 있지만 피해자 판정에 절대적인 명부인 후생연금명부와 공탁금명부를 일본이 제공하지 않고 있어 노무자 피해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방한을 통해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후생연금은 의무가입 대상이 지난 44년 당시 5인 이상 사업장이었고 가입자수가 844만명이나 됐다는 점에서 후생연금명부에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모든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가입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일본이 지난 45년 8월까지 강제동원한 징용인력을 일본인을 포함해 616만명으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에 후생연금명부에 기록된 인원이 이보다 훨씬 많은 844만명이 된다는 것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그만큼 높여준다고 진상규명위는 설명했다. 진상규명위는 "일본은 현재 후생연금명부에 대해 전산화를 마무리한 상태"라고 전하고 "일본측으로부터 관련 후생연금명부 자료를 넘겨받으면 강제동원 피해자 확인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국가기록원이 일본에서 받은 강제동원 명부에 기록된 피해자는 48만여명이지만 이중 군인.군속을 제외한 노무자는 9만8천여명에 불과하다"면서 "후생연금명부가 없으면 8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일제강제동원 노무자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탁금 명부는 일본 기업들이 조선인 강제징용 노무자들에게 임금을 다 지급하지 않고 일부를 저금해둔 내용을 기록한 자료다. 이와 함께 진상규명위는 "희생자 유골실태 뿐만 아니라 희생자 사망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해서 유족들에게 통지하는 것이 인도주의의 근본"이라고 주장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희생자 사망 경위조사도 함께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을 정부측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