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캄보디아 시암레압에서 발생한 국제학교 인질극에서는 현지 한국인 관광가이드 2명이 피해 어린이들 보호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국제학교 바로 앞에 살고 있던 박준규(35),이성진(33)씨가 그들. 이들은 연합뉴스 통신원과 인터뷰에서 사건의 배경과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직업상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오전에 주로 잠을 자는 이들은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인 이날 오전 9시30분께 갑자기 들리는 총소리에 놀라 전쟁이 난 줄 알고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사건 현장으로 나가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학교 근처 집 중에 유일하게 대문이 있는 이들의 집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국인 학생들도 그 국제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한국 아이들을 우선 대피시킨 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생들을 집에서 보호했다. 또 인질극이 벌어지자마자 한국인 학부모 2명이 도착해 범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아이들 대신 인질로 잡혀 있겠다고 매달렸다면서 한국인들의 자식 사랑이 돋보였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당시 현지 경찰들은 위험하다고 무조건 저지하는 가운데 한국 학부모들이 들어가서 대신 잡혀있겠다고 하면서 경찰과 잠시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사업차 캄보디아에 와 있던 또다른 한국인이 차라리 자신을 인질로 하라고 나섰으나 결국 범인들과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캐나다 어린이 1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범인들이 처음에는 겨우 1천 달러 (한화 100만원)를 요구했을 만큼 계획적인 대규모 인질극을 벌이기에는 순진한 청소년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건이 총성이 빗발치는 난투극으로 확대된 것은 오랫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아온 캄보디아인들 가슴 속에 억눌린 감정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현장에 있던 이씨는 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만도 50명이 넘었던 것 같다면서 캄보디아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총을 한 자루씩 가지고 있을 정도로 총기 구입이 쉬운 것도 사건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씨와 이씨는 관광 성수기인 지난해 9월에도 캄보디아 뚠레삽 호수에서 한 크메르인이 비가 안 온다는 이유로 총기를 난사했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침착하게 아이들을 보호한 두 가이드는 그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했을 법한 행동이라면서 자신들이 한 일을 크게 확대하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사진 촬영도 극구 사양했다. (시엠레압=연합뉴스) 최진희 명예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