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막된 6·15선언 5주년 기념행사가 남북 당국 간 민족공조와 한반도 평화라는 대원칙을 확인하고 16일 나흘간의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민간중심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6·15선언의 실질적 추진 주체인 남북한 정부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10개월간 중단됐던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재개를 실질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내주 서울서 개최될 예정인 15차 장관급 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8·15 기념행사에 북측 당국대표단의 서울 방문을 사실상 성사시키는 등 남북 간 지속적인 교류의 틀을 마련한 것도 이번 대회의 성과다. 정동영 장관이 북한 내 서열 2위의 실력자인 김영남 위원장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 최고위층 간 간접적인 교감도 이뤄졌다.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은 25분간의 대표단 전체 면담 뒤 다시 25분간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졌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 시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미 간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추진한다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우리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했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비록 6자 회담 복귀 및 핵포기와 관련한 북한 당국의 답변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 시종일관 "북·미간의 문제"라며 우리 정부를 외면해온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정 장관도 방북 기간 동안 "6·15선언의 핵심은 평화와 통일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는 평화"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북측에 완곡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가능성이 기대됐던 김정일 위원장 접견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남·북·해외 민간 공동행사준비위는 이날 오후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민간 및 당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오락경기 및 통일대축전 폐막식을 가졌다. 남측 대표단은 17일 오전 10시 전세기편으로 평양을 출발,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평양=공동취재단·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