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3개월 만에 1000선을 다시 넘어섰다. 일각에선 경기가 살아날 징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오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시장의 기초체력이 달라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 정착에 따라 적립식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면서 유동성이 끊임없이 보강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시중 부동자금의 블랙홀로 여겨지는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메스를 들이대고 있어 자금이 증시로 몰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기관의 매수세로 우량주의 유통물량은 계속 감소 중이다. 외부적으로는 그동안 투자심리를 억눌렀던 미국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마감하고 안정적인 국면으로 돌아선 것도 호재다. 유동성 증가,우량주 품귀,미국경기 호전,수출 호조세 지속 등 4박자가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침체라는 악재는 시장의 내외부적인 펀더멘털 변화에 묻혀버렸다. ○시장체질의 대변화 지금 증시는 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우선 자금의 양과 질이 예전과 다르다.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는 적립식펀드 계좌가 지난 4월 말 현재 250만개에 달한다. 1년 전만 해도 10만여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커졌다. 이는 초단기·투기성 자금 대신 장기·저축성 자금이 증시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의 안정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수급도 좋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넉넉해지면서 공급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장기 투자자금이 늘면서 우량주에 대한 수요는 증가,우량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약간의 매수세만 들어와도 주가가 크게 오르는 현상은 바로 주식 공급 부족에서 비롯한 것이다. 또 세계 톱 수준에 이른 기업이 증가하면서 시장이 국내 경기보다 해외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미국경기 호전 발언 이후 강세를 보인 세계증시와 한국증시가 동조화를 보인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데 발맞춰 원·달러 환율이 하강국면을 마무리하고 안정세로 돌아서 대형 수출기업들의 향후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계속되는 재평가 한국증시의 또다른 매력은 주가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지표인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2000년 3.2%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6%로 뛰었으며 올해도 1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안팎으로 중국 상장기업(10.6배)보다도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기업의 ROE가 공금리(3.5%)의 4~5배에 달하고 있어 주식투자 매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세 차례나 지수가 1000선을 돌파했다가 안착에 실패했으나 올해는 1000선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래서 나온다. 89년에는 3저호황의 끝자락에서 잠깐 봄바람이 불었다. 94년에는 반도체 신화에 기댔었고,지난 99년에는 정보기술(IT) 붐과 IMF 탈출이라는 사건이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엔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저평가 해소의 과정 속에서 지수가 1000을 돌파,과거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