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로드숍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


대로에서 뒷길로 접어들면 한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 '호면당(好麵堂)'.


자그마한 간판이 이곳의 '럭셔리'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호면당을 만든 이정학씨(44·리앤코 회장). 그는 외식업계와는 연이 전혀 없는 금융계 출신으로 고급 레스토랑의 본무대인 강남 로데오에서 성공한 전무후무한 케이스다.


금융회사에서 10여년간 경력을 쌓은 그는지난 2000년 10월 자신의 사업에 도전했다.


"어차피 직장 생활을 오래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공부든,운동이든 도전해서 리드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여서 월급쟁이보다는 위험성이 높더라도 사업이 체질에 맞습니다."


이 회장은 외식업에 뛰어들기 전에 창투사를 운영해봤지만 대기업 계열 창투사에 맞서기가 버거웠다.


"2년 가까이 미래 성장산업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조사를 했습니다. 미래학자 경영학자에서부터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동네의 성공한 김밥집 주인에 이르기까지 창업에 조언을 주실 만한 분들은 어떻게든 연결해 만났습니다. 일본 등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의 현지 사정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외국도 수없이 들락거렸습니다."


이 회장이 2년에 걸친 시장조사와 컨설팅을 받아 내린 결론은 세 업종.외식업과 부동산개발업,실버사업이 유망 투자 분야였다.


"비즈니스 변화 추세에 대한 확고한 비전 하나만 믿고 외식업에 발을 내디뎠지만 아는 게 있을 리 만무했죠."


이 회장은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싶었지만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스카우트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에 그치기 일쑤였다.


'외식업의 ABC도 모르는 만큼 남들보다 갑절 정열을 쏟아야 성공한다'는 각오를 다진 이 회장은 한 달 이상 밤잠을 자지 않고 창업 준비에 매달렸다. 점포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갔지만 과로로 결핵에다 대상포진까지 겹쳐 죽을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청담동 호면당 1호점의 매장 컨셉트와 디자인은 물론 의자 탁자 액자 소품 하나까지 직접 골랐다.


그렇다고 자신의 취향대로만 한 게 아니라 일류 전문가들의 조언과 컨설팅을 광범위하게 받고 충실히 따랐다.


그는 호면당에 세 가지 원칙을 적용했다.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한 건강식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식 △동양음식을 주축으로 하는 오리엔탈 레스토랑 세 가지를 표방했다. 간판 메뉴는 면(국수)으로 결정했다.


세계의 유명한 면 음식을 모아 놓기로 했다.


"지금은 유기농 식자재가 일반화되었지만 2년반 전만 해도 유기농 식자재를 쓰는 음식점은 손꼽을 정도였습니다.


건강식을 표방한 이상 식자재만큼은 철저하게 친환경 재료를 고집했지요."


청담동에서 시작한 호면당은 압구정동 홍대입구 목동 분당점 등 5개로 불어났다. 전부 직영이다. 호면당이 유명세를 타면서 가맹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지만 이 회장은 신중하다. 이 회장은 해외 진출에 관심이 더 많다. "순수 국산 레스토랑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머지않아 미국 LA나 뉴욕,상하이 등지에서 호면당 간판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글=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 월급쟁이들에게 ]


실패하는 사람들은 너무 잰다.결단이 느리다는 말이다.사람들은 직장 다니면서 자기 사업을 준비해나가야 하는 것을 상식처럼 알고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다.이렇게 해서는 성공확률이 적다.헝그리 정신이 빠져있기 때문이다.일단 사표를 내고 배수의 진을 쳐야 성공확률이 높다. 실패하는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는 것이 몸에 배여 있다. 실패하는 사람들은 넝마주이와 같다.문제 보따리를 주워담기만 하고 제때 해결하지 않는다.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때 부딪쳐 해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행운의 여신이 미소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