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2일 집단적으로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이계안 우제창 김종률 의원 등은 이날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13일 오전 개최되는 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서 박 총재가 통화정책과 관련한 거듭된 실언으로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며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방침이다. 여당의원들이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은 총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 임기(4년)가 보장된 자리라는 점에서 이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제3정조위원장을 역임한 이 의원은 미리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외환운용과 관련된 실언으로 인해 막대한 환율방어 비용이 소모됐고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올 들어 4차례나 총재의 발언과 관련해 많은 논란과 지적이 있었다"며 "경제마저 회복기미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되풀이된 충격적인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 만큼 통화정책의 수장으로서 과감하게 본인의 실수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임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우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 총재가 거듭된 실언과 일관되지 않은 정책발언으로 시장의 무반응을 초래해 중앙은행의 기능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박총재의 용퇴를 주문했다. 우 의원은 "한은의 경기판단 능력이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해 시장의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의 금융 시그널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해외 외환시장에서의 신뢰도 회복과 국내시장에서의 중앙은행 위상 복원을 위해 박 총재의 용퇴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 총재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국가신용도를 지키는 데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은 더 이상 늘어나지않을 것'이라고 발언,'외환시장 불개입'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김종률 이상민 의원 등 여당 의원들 일부도 박 총재 책임론을 적극 거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같이 여당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