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300억원 규모의 코스닥 기업을 가로챈 뒤 주가 조작을 통해 시세 차익 등 60여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 대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이 기업의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긴 일당 23명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전.현직 증권사 직원과 은행 직원 등도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배모씨(49)는 환경설비업체 동진에코텍의 주식 151만주를 지난해 7월 창업자로부터 7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배씨는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빌린 50억원만 창업자에게 건네주고 인수 잔금 20억원은 주지 않은 채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배씨는 주가조작 전문가로 알려진 자금담당 상무 김모씨(36)와 함께 회사 자금 37억원을 횡령해 미리 확보한 19개 차명계좌에 입금시킨 후 모 제약회사 사장 김모씨(49)와 천모씨(39.무직)를 중심으로 주가 조작을 위한 속칭 '천호동팀'을 구성했다. 천호동팀은 통정 매매(서로 짜고 허위 거래하는 것), 허위 매수주문 등 모든 수법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씨 일당은 아랍에미리트의 한 업체와 개인휴대단말기(PDA) 수입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허위 공시했다. 또 췌장암 치료약을 개발하는 U사와 주식 인수계약을 체결했다는 허위 공시도 했다. 이에 따라 올 1월 초 6000원대에 머물렀던 동진에코텍의 주가는 한때 최고 2만4900원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허위 공시 등으로 주가가 오르자 2월 중순께부터 자신들이 보유했던 주식을 내다 팔아 40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전.현직 증권사 직원 4명도 계좌 관리 및 주가 조작에 개입했다. H증권 유모 과장(44)은 '작전'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돈을 받지 않은 나머지 증권사 직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번 사건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서초경찰서는 이날 배모씨 등 7명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현예.유승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