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5000만달러 규모의 선박건조 물량을 수주해 놓고도 국내 은행으로부터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지 못해 애를 먹던 한 신생 중소 조선업체가 10개월 만에 보증을 따내 선박 건조에 착수,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경남 통영시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자리잡은 신생 조선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에 블록(선체 조립용 대형 후판구조물)을 납품해온 성동공업이 지난 2003년 1월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가 그리스 선주사인 마마라스로부터 9만3000DWT급 벌크선 12척(옵션분 4척 포함)을 4억5000만달러에 수주한 것은 지난해 8월.하지만 대어를 낚은 기쁨도 잠시.조선업계에서는 통상 1주일 정도 걸리는 국내 은행의 선수금 환급보증이 계속 지연되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선수금 환급보증이 없으면 건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수금이란 선주사가 자재 구입 등의 선박건조 비용조로 수주 금액 중 일부를 미리 조선사에 지불하는 돈이다. 선주사는 선수금을 내주기에 앞서 선박 건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불한 선수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도록 조선사가 금융회사의 환급보증을 받게 안전장치를 걸어둔다. 은행들이 선박건조 경험이 없는 신출내기 업체에 선뜻 보증을 해줄 리는 없었다. 애만 태우던 성동조선은 지난 4일에야 8척에 대한 선수금의 20%(6000만달러)를 환급보증받는 데 성공했다. 수주 후 무려 10개월여 만이다. 조만간 그리스 선주사에서 선수금을 받으면 오는 10월부터 건조를 시작, 내년 8월께 첫 선박을 인도할 예정이다. 옵션분 4척의 선수금 환급보증은 추후에 받기로 했다. 정익영 성동조선 사장은 "설비 및 향후 매출 등을 담보로 보증 여건을 충분히 갖춰 어렵사리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종업원 300여명의 신생 조선사가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것도 어려웠다. 정 사장은 "발주처인 마마라스사 관계자들이 통영 야드를 직접 둘러보고 나서야 설비와 기술에 만족감과 신뢰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영입된 정 사장이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에서 30년간 해외 영업일선을 뛰었던 베테랑인 점도 선주사에 큰 신뢰를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