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의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1979년 파리에서 실종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지시에 의해 살해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몸통'은 누구인지,왜 그가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세간의 의혹은 걷히지 않고 있다. KBS스페셜 '중정부장 김형욱은 왜 죽었나'(4일 오후 8시 방영)에서는 '남산 돈까스'라 불리며 정적들을 핍박했던 김형욱의 행동을 되돌아 보고 그가 왜 끝내 비참하게 버림받았는지를 조명해 본다. 5·16 군사 쿠데타의 핵심세력 중 한 축이었던 육사 8기생 가운데 김형욱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는 성적도 최하위였고 두드러지는 면도 없었던 그저 저돌적이고 단순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중앙정보부장의 자리에 앉은 것은 초대 중앙정보부장이자 같은 8기생인 JP 덕분이었다. JP의 통제 아래 잠시 중정을 관리하라는 의미였다. 당시 아직 절대 권력을 갖지 못 하고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 또한 '중정'이라는 초법적인 권력 기구를 통해 정보 정치를 하기 위해선 1인자를 넘보지 않을,단순하고 저돌적인 김형욱이 필요했다. 김형욱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지만 정작 김형욱 자신은 그가 갖고 있는 권력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 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력자들 간의 충성 경쟁을 촉발하고 또 이들 간의 견제를 통해 국정을 이끌어 가는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용병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던 것. 김형욱에 대한 비판은 커져갔고 공화당 내의 이만섭 의원 등은 3선 개헌에 찬성하는 대신 '김형욱과 이후락을 몰아내라'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결국 3선 개헌이 통과된 지 불과 3일 뒤 그는 사전 통고도 없이 해임되고 끝내 파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