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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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유난히 홍시를 좋아하셨다. 어느 날 밤 늦게 돌아온 내게 어머니는 홍시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로 귀가가 늦어지면서 며칠이 지났고 약속을 깜빡 잊어버렸다. 그날도 늦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려 받아보니 아내였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것이었다. 허겁지겁 도착했으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아,홍시! 그렇게 좋아하시는 홍시를 돌아가시기 전에 챙겨 드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으로 남는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고도원 엮음,나무생각)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아침편지'의 주인공인 저자가 부모의 은혜에 대한 자식의 사랑 표현법을 45가지 이야기에 실어 전한다. '좋아하는 것 챙겨 드리기' '부모님 일대기 만들어 드리기' '함께 공연 보러 가기' 등 큰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선물들…. 건망증 때문에 몇 번씩 전화를 해대는 어머니에게 좀 더 사려깊게 대하는 딸의 얘기 등 일상 속의 아름다운 사연들이 저자 특유의 섬세한 문체를 타고 그윽하게 전해져 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돌아볼 때 책에 인용된 논어의 한 구절은 더욱 찡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자식은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네.'
나무 위에 옻칠을 해 작품을 만드는 김선희씨의 그림도 따뜻한 이미지로 잘 살아난다. 288쪽,95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