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외국인 주의하세요.' 한국계 역외펀드가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지역에 법인 등록을 하고 상장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사례가 속출,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거점을 둔 '룽파이'는 지난달 30일 코스닥 기업인 정소프트의 신주인수권 90만주를 장외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룽파이가 신주인수권을 전량 행사하면 모두 5.8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 소식으로 정소프트 주가는 다음날인 31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룽파이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한국인 조모씨와 박모씨가 임원,김모씨가 고문으로 있는 투자자문사다. 룽파이는 정소프트의 신주인수권을 한국 투자자문사인 '클레릿지파트너스'로부터 사들였는데 이 회사 역시 조씨와 박씨가 임원으로 있다. 버진아일랜드에 거점을 둔 '페어먼트파트너즈'도 지난 3월 말 거래소 기업인 흥아해운 지분 13.07%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으며 이 회사 주가도 다음날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페어먼트파트너즈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모씨 등 한국인 3명이 임원으로 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주식을 샀다는 얘기만 나오면 뒤따라 추종매매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 매매 중에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한국계 역외펀드가 적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