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2주 연속 '삼성 경계론' 대책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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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단이 2주 연속 '삼성 경계론'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 간담회는 경영 현안에 대한 토의가 중심이었고 예외적으로 전문가들의 특강이 준비되곤 했기 때문이다.
사장단이 삼성의 독주를 비판하고 걱정하는 일부 여론에 대해 대책회의를 가진 것은 '삼성 경계론'이 자칫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다수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출자총액제한과 같은 대기업 규제가 온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이 애정과 존경보다는 냉소와 질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역시 "한국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소수의 비판적인 여론이라도 겸허하게 수용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사장들은 "지난 10여년간 절치부심하며 쌓아올린 경영 성과와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사회 일각의 목소리에 의해 폄하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이 국내총생산(GDP) 수출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의 성장이 부진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덩치가 커지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도 치열한 국제경쟁 환경 속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장단은 그러나 "삼성이 거만해졌다" 또는 "영향력을 함부로 행사한다"는 등의 일부 비판은 충분히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임직원들이 더욱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근무에 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비록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삼성에 비판적인 목소리에 대해선 배경과 취지를 따져 수용할 것은 과감하게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정리했다.
이는 삼성이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수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은 그동안 소수의 악의적인 비판에 대해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논리로 접근해 왔으나 앞으로는 의사소통 방식과 통로 자체를 바꿔 적극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특히 의사소통 채널의 경우 기존의 제한된 미디어에서 탈피해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넓히기로 했다. 삼성 홍보팀은 이미 사전 준비단계로 인터넷을 통해 일부 경영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삼성뉴스월드'를 지난달부터 가동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삼성 독주론'을 잠재울 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지만 기업의 실상을 차근차근 알려가면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