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69)가 한국에 온다. 14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첫 내한공연에서 '드러밍'(Drumming) 등 대표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LG아트센터가 2003년 6월 필립 글라스, 지난해 6월 마이클 니만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마련한 현대음악 시리즈의 일환. 라이히는 2년 전 방한한 필립 글라스와 더불어 미니멀리즘 음악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한 미니멀리즘은 난해한 '아방가르드'(전위예술)에 반하는 예술사조다. 미술, 음악, 패션 등 다양한 장르에 적용됐는데, 특히 음악에서의 미니멀리즘은 복잡한 화성을 배제하고 극도로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변형시키는 형태로 생겨났다. 라이히는 바로 이 예술사조의 대표주자로서 현대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작곡가다. 1936년 뉴욕 태생으로, 코널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줄리아드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이후 밀스 대학에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클래식에 기반한 음악계 뿐 아니라 재즈,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많은 영향을 준 인물로도 꼽힌다. 단순한 미니멀리즘 형태에 미국 토착음악, 특히 재즈를 비롯해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 제3세계 음악 요소까지 섭렵해 활용한 독창성 때문이다. 실제 벨기에 로사스 무용단의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라든가, 지리 킬리안 등 유명 안무가들이 그의 음악에 맞춰 작품을 만들었고,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도 그의 작품을 연주했다. 영국 그룹 오브(The Orb), 디제이 스푸키 등 여러 테크노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을 샘플링 혹은 리믹스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소개될 작품은 73년작인 'Music for Pieces of Wood', 99년작 '트리플 콰르텟', 71년작인 '드러밍'. 메인곡인 '드러밍'은 두 개의 봉고 드럼에서 시작해 마림바, 글로켄슈필 등 타악기에 보이스, 휘파람, 피콜로가 더해지는 이색 타악곡이다. 로사스 무용단의 안느 테레사가 이 음악을 사용한 동명의 안무작을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1970년에 아프리카를 방문, 가나대학에서 타악기를 공부한 라이히는 이 작품에 대해 "(가나에 머물면서) 어쿠스틱 악기와 보이스가 전자 악기 소리보다 본질적으로 더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확신했다"고 밝혔다. 'Music for Pieces of Wood'에는 쿠바의 타악기인 클라베(두 손에 잡고 맞부딪혀 소리를 내는 악기)가 등장하며, '트리플 콰르텟'은 사전에 녹음된 두 개의 현악4중주를 틀어놓고 이에 맞춰 실연으로 현악4중주를 연주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연주는 국내 타악그룹인 포플러스(4Plus), 현대음악 전문 실내악단 TIMF앙상블이 맡을 예정. '드러밍' 연주에는 라이히도 직접 참여한다. 서울 공연에 앞서 12일 오전 11시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 마스터 클래스, 같은 날 오후 4시 역시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도 갖는다. 3만-7만원. ☎02-2005-0114.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