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유럽연합(EU) 헌법 부결 수습책의 하나로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고 후임에 도미니크 드 빌팽 내무장관(51)을 임명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또 드 빌팽 신임 총리에게 새 내각 구성의 전권을 부여했다. 드 빌팽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국민투표 전부터 유력한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1953년 모로코에서 태어난 그는 엘리트 행정 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수료한 뒤 미국 워싱턴과 인도에서 근무하는 등 외무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5년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비서실장으로 발탁됐으며 외무장관을 거쳐 2004년 3월부터 내무장관직을 맡아 왔다. 외무장관 때는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을 강력 비판하면서 세계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총재는 내무장관으로 내각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대권주자를 꿈꾸는 사르코지 총재는 이미 내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한편 프랑스가 EU 25개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EU헌법을 부결한 데 이어 1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네덜란드에서도 반대의견이 과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정부는 네덜란드에서 EU헌법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국민투표를 취소키로 결정,유럽의 정치적 통합이 자칫 무산될 기로에 놓였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