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31일 사법제도개혁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대표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고려대 김일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 논의의 핵심은 검찰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와 영상녹화물(녹음ㆍ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등으로 모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차동언 부장검사(대검 검찰정책기획단 연구팀장)는 "사개추위 개정안에 따라 피고인의 말 한마디로 검사가 작성한 조서가 증거능력을 잃게 될 경우 수사력 약화가 분명하다"며 "공판중심주의라는 이름 아래 조서를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조서의 효율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부장검사는 "1975년 대법원 판례에 의해 검찰이 조서 외의 다른 방식의 증거를 제출할 수 없게 되면서 조서재판이 정착됐다"며 "조서는 인권침해를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인적ㆍ물적 여건하에서 범죄를 처벌하고 인권을 보호할 저비용고효율의 제도"라고 말했다. 차 부장검사는 "문제는 검찰이 조서를 선호하느냐가 아니라 조서의 효율성을 대체할 수단이 있느냐 여부"라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만한 상태) 규정을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하고 영상녹화물을 재판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사개추위 개정안에 따르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했던 자백을 법정에서 부인할 경우 피해자가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돼 피해자의 심리적 상처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증거보전 절차를 활성화하는 방안이나 비디오진술 녹화의 절차를 엄격히 해 신빙성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심재돈 검사는 "얼마전 장관급 전직 고위공직자의 수뢰사건에서 증인이 검찰자백 내용을 법정에서 전면 부인해 곤란에 빠진 일이 있다"며 "수사과정에서 증인 동의하에 기록해둔 영상녹화물을 법정에 증거로 내겠다고 하자 증인이 다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맞다고 재번복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건국대 이승호 교수는 "사개추위 개정안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는 수사담당자의 범위에 사법경찰관을 제외했다가 나중에 다시 포함시키고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검찰 반발에 부딪히자 3개 안을 내놨다"며 "사개추위가 명확한 철학을 갖지 못한 채 인기몰이처럼 바람에 휘둘려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장주영 사무총장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의 인권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해선 안되며 양자의 인권을 대립개념으로 파악해선 안된다"며 "수사기관의 영상녹화물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경우 공판중심주의가 아닌, 영상물 중심주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