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4개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의 가미카쓰 마을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귤 재배를 주업으로 살아온 산촌이었으나 지금은 '농촌 벤처'의 성공 모델로 뉴스를 타고 있다. 가미카쓰 마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미카쓰에는 800여가구 2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주민의 45%에 달해 전국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다. 이들 고령자 대부분이 돈벌이를 하고 있고,아픈 사람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게 뉴스의 초점이다. 또 하나는 자연환경이 좋은데다 고소득 일자리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년 전부터 매년 젊은 부부 3,4쌍이 거주를 위해 몰려든다는 점이다. 가미카쓰 마을이 농촌 벤처비즈니스의 모델로 바뀐 것은 1984년 겨울에 불어닥친 한파가 원인이 됐다. 영하 12도의 전례 없는 맹추위 때문에 귤 나무가 모두 얼어죽어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래서 지자체와 주민들이 생각해낸 것이 현재 일본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잎 재배'산업이다. 일식 요리를 만들 때 미각적 효과를 내기 위해 빠짐없이 등장하는 꽃이나 잎을 생산해 공급하는 비즈니스다. 당시 농협 직원이던 요코이시 도모지씨(47ㆍ이로도리㈜ 사장)는 호텔 및 고급 일식당 등의 납품처를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수년간 1만여개의 판로를 개척했다. 현재는 이들 거래처와 실시간 주문 시스템을 구축해 필요한 상품을 24시간 안에 항공 택배로 공급한다. 잎을 생산하는 생산가구에는 모두 PC가 보급돼 식당의 주문 현황을 실시간 체크해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만엔(약 500만원)을 넘어 웬만한 도시가구를 앞선다. 고소득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도시로부터 돌아오거나 이주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요코이시 사장은 "노년층 유입을 억제하고 가급적 젊은 가족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묘책'을 찾는 게 고민거리"라고 밝혔다.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늘어나면 사람이 모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미카쓰 마을은 보여주고 있다. 도쿠시마=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