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30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소속 국회의원 전원과 중앙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7대 국회 1년 평가와 당의 진로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워크숍은 4·30 재보궐선거에서의 참패,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비리 연루 의혹 등 최근 당 안팎에 불어닥친 '악재'를 반영하듯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재보선 패배와 당 지지율 급락의 원인을 놓고 당내 개혁진영과 실용진영 사이에 견해차가 드러나며 대립양상을 보였다. 당 지도부는 "개혁과 실용이라는 백해무익한 논쟁은 오늘로 종식시키자"고 강조하며 봉합에 나섰다. ◆"무능하고 태만하고 혼란스러운 여당"=주제발표에선 외부 전문가들이 지난 1년간 집권여당의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하고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대중에게 비쳐진 열린우리당의 이미지는 무능,태만,혼란"이라며 "성과 없는 '이미지정치'로는 당 지지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소장은 "최근 열린우리당은 호남과 충청지역에 의존하는 지역정당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주의 타파와 정책중심이란 창당정신이 사라지고 정체성 혼란과 대립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총선 이후 여당은 신행정수도,4대입법,4·30 재보선 등의 국면을 차례로 거치면서 비일관성,임의성,보수화,이완과 무기력 등의 약점을 드러냈다"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데도 여당으로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가세했다. 당내의 '자아비판'도 이어졌다. 박병석 기획위원장은 "서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는 속도는 느린 반면 각종 의혹사건들이 터져나와 깨끗한 정당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미흡한 당정협의 기능,잦은 당 지도부 교체,정체성 혼란에 따른 지지층 이탈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체성·진로 놓고 난상토론=밤 늦도록 이어진 분임토의와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당 정체성을 놓고 치열한 논리대결을 벌였다. 재보선 전패와 지지율 급락 등의 원인이 당 정체성의 혼란에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해결방안을 놓고는 개혁파와 실용파 사이에 상당한 '거리감'이 드러났다. 토론에서 개혁파 의원들과 진보성향의 일부 중앙위원들은 "창당 때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개혁작업이 지난 1년간 분명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기간당원제를 더욱 강화하는 등 개혁기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 소속 의원 등 실용진영은 "국민을 위한 정책개발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개혁 노선 약화가 문제라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며 반박했다. 문희상 의장은 "개혁파와 실용파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혁과 실용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가는 것이며 양측의 논쟁은 오늘로 끝내고 일하는 개혁,민생개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자"고 중재를 시도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개혁의 반대는 수구이지 실용이 아니다"며 "실사구시적인 정책과 대안으로 끊임없이 개혁을 추구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주=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