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정투입, 실탄보다 방향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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曺 夏 鉉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최근 한ㆍ미간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자본유출 및 국내 자산가격 하락 등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단기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의 경우 미국이 더 높아진 데 이어 장기금리 지표인 5년 만기물에서도 미국의 수익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국내 콜금리는 3.75%, 미국의 단기 기준금리는 1%로 2.75%포인트가량의 차이를 보였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두 차례에 걸친 국내 콜금리 인하로 인해 현재는 한국 3.25%,미국 3.0%로 양국의 이자율이 근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국내외 금리차가 그다지 크지 않고 장기금리에서는 뚜렷한 역전현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율이나 거래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급속한 자본이탈이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금리역전 현상이 심화될 경우 국내에 투자된 국내 및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국내 시중자금의 절반가량을 금리에 민감한 단기자금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시도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이처럼 간단한 해법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은 수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데 있다.
수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투자를 제약하는 여타 요인들로 인해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그 결과 고용위축과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금리인상은 투자와 소비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어느 한쪽도 버릴 수도 택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옵션 중에는 재정정책이 있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초저금리 정책과 함께 올 4월까지 66조원 이상의 막대한 재정자금을 지출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2%대로 급락함에 따라 성장률은 연초에 계획했던 5%는 고사하고 4%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5%대임을 감안한다면 성장률 하락에 따르는 고용감소와 체감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결국 일반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어려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왜 그리 만족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하는가? 재정정책에 투여된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양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문제이다.
정책의 의지가 부족해서도, 정책에 투입되는 자원의 양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정책의 방향이 잘못돼 재정정책의 효과가 없었다는 말이다.
당면한 문제가 어렵고 복잡할 수록 원칙으로 돌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문제해결의 원칙을 고민하는 출발점은 우리가 택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가 개개인의 사적 이윤동기에 의해 이끌어지고 성장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지와 개인의 소비의지를 활성화하는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움직이는 개인, 기업 등이 중심이 될 때 우리 경제는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을 추가로 소요할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어떠한 제도개선을 해 나갈 것인가라는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개선하지 않는 한 정부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시도는 또다시 해결이 불가능한 딜레마적인 상황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