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 감독의 영화 '태풍 태양'은 공격형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젊은 사내들의 이야기다.


소녀에서 숙녀로 발돋움하는 여성들의 고민을 그렸던 정감독의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에 비해 화면이 역동적이다.


스케이팅장면들은 눈부신 태양광선을 배경으로 다양하게 포착된다.


공중으로 뛰는 스케이터들의 움직임은 앙각으로 촬영됐고 강렬한 음향이 활기를 더해준다.


하지만 스타일에 치중하다보니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졌다.


등장인물들의 관심이 온통 인라인스케이팅속에 한정돼 있기때문이다.


주인공 '모기'는 마음이 내킬 때만 스케이팅을 즐기는 성향이고 그의 친구 '갑바'는 후배들이 좋은 여건에서 스케이팅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뛰는 리더이다.


두 사람이 갈등을 빚으면서 막내 '소요'는 방황한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입장을 존중해 충돌을 회피한다.


그래서 '쿨'한 정서만큼 인물들간 갈등의 골이 얕아졌다.


관객들도 그들이 곧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궤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하게 된다.


연출자가 캐릭터들에게 지나치게 개입한 나머지 캐릭터들이 독자적인 생명을 잃어 버린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부모나 학교와는 유리돼 있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가정문제나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캐릭터들의 고민과 방황이 절실하게 느껴지 않는다.


6월2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