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트북PC 가격의 마지노선은 어디쯤일까?' 만약 누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구체적인 가격대를 제시할 수 없겠지만 '당분간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게 대세'라는 답 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저가 노트북PC 바람'에 100만원 초반대인 최신 '소노마 노트북'까지 가세하며 갈수록 열띤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델컴퓨터의 한국 지사인 델인터내셔널은 얼마전 인텔의 차세대 '센트리노' 무선 플랫폼인 '소노마'를 탑재한 14.1인치 노트북 '래티튜드 D510'을 99만9000원(부가세 별도)에 선보였다. 부가세를 포함해도 108만원대.펜티엄M 프로세서(CPU)에 메모리 256MB,하드디스크 용량 30GB 등의 사양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가격대다. 델은 이미 지난해 말 99만원대(부가세 제외) 노트북을 처음 국내 시장에 선보여 '가격 파괴 전쟁'의 물꼬를 튼 업체다. 하지만 통상 180만∼300만원대의 하이엔드급 '소노마 노트북' 시장에서까지 불과 100만원 남짓한 초저가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삼보컴퓨터는 150만원대 소노마 노트북?에버라텍4200?을 오는 6~7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13.3인치 와이드 화면에 메모리 512MB,하드디스크 용량 80GB의 탄탄한 사양을 갖춘 제품이다. '에버브라이트'(AveraBrite)라는 기술을 적용해 기존 에버라텍 모델보다 화면이 밝은 게 특징이며 색상도 블루 레드 실버 그린 오렌지 핑크 등 8가지로 화사하고 다채롭다. 원래부터 가격 경쟁력을 '주무기'로 내세운 델이나 삼보 뿐만 아니다. 고가 위주의 전략을 펼쳐온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도시바 IBM 등 국내 대기업과 해외 명품 브랜드도 저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센스 노트북 'SP28' 시리즈 가운데 하나(모델명 SP28-D130)는 99만원대에 팔려나가고 있고,LG전자 '엑스노트' 저가 제품(LS50-AX4U6)도 90만원대 후반에 유통되고 있다. 도시바 '새틀라이트'(M35X)와 IBM '씽크패드' 제품(R50e) 등 대표적인 고급 브랜드 노트북도 1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200만원 안팎 수준의 삼성전자 소노마 노트북도 전자상가에서는 150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간 상태다. 용산 전자랜드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주로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따졌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노트북을 구입할 때 성능 대비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실속파 손님들이 주종을 이룬다"며 "실제로 LG 제품 중에도 90만원대 저가 제품이 '베스트셀러'일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IBM PC사업을 인수한 중국의 'PC 공룡' 레노버(렌샹)가 올 하반기 중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저가 제품을 쏟아내게 되면 이러한 가격 경쟁은 훨씬 더 가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