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들이 24시간 영업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상권 침탈을 우려하는 중소 유통업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24시간 영업 그 자체가 지닌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외국계인 월마트와 까르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등을 중심으로 24시간 영업이나 자정 연장영업 등 이른바 심야영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왔다. 그러던 차에 롯데마트가 내달 2일 문을 여는 구로점에서 24시간 영업을 처음 시작하는 것으로 가세하고 이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논란에 불을 댕기고 있다. 특히 업계 최대 덩치인 신세계 이마트까지 종전 4곳이던 24시간 점포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론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상태이다. 결론의 향배에 따라 업계의 영업 행태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주 이경상 대표 주재로 임원회의를 열어 24시간 영업을 포함한 연장영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는 같은 상권에서 경쟁하는 할인점들의 24시간 영업에 대한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장들의 요구에 따라 마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 영업팀 등 찬성파는 여타 업체 점포와의 경쟁영업이 필요하다는 전제아래 심야활동 고객에 대한 편의 제공, 고용창출 효과 등을 내세워 24시간 영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맞서 반대 진영은 수익률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속없는 외형경쟁 심화와 에너지 낭비, 건물ㆍ시설 노후화, 종업원 등 노동자 건강 훼손, 중소 유통업체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들어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찬반 양론이 부딪히면서 일단 판단을 유보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금주중 임원회의를 다시 열어 추가 논의한 뒤 결론을 내릴 예정이나 반대여론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24시간 영업 점포의 추가 확대보다는 매년 하절기에 해왔던대로 일부 점포의 자정 연장영업에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경쟁사들이 하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24시간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29일 "경쟁업체들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고심의 일단을 내비쳤다. 실제로 홈플러스측은 24시간 영업이후 매출이 종전보다 평균 10% 가량 늘었다고 말하고 있는 등 경쟁사간 심야고객 모시기를 통한 외형 키우기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업계 선두주자로서 정부의 재래시장, 슈퍼마켓 등 중소 유통업체 보호와 에너지 절약정책에 반(反)하는 경영전략을 대놓고 밀어붙일 수 없다는 점에서 반대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와 관련, 이마트 영업전략 판단에 참조된 글을 쓴 숭실대 안승호 교수가 24시간 영업에 대해 "심야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장점을 가졌지만 에너지 낭비, 소매상권 위축 등 단점을 지녔기 때문에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이마트의 한 핵심관계자가 전해 그같은 분위기를 짐작케 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대형할인점의 중소도시 입점 추진 등을 이슈로 크게 반발해온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편의점협회 등 중소 유통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이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할인점의 24시간 영업은 상도에 어긋날 뿐 아니라 중소 유통업체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결사 반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도 "음료, 주류, 과자류 등 할인점과 중복되는 상품의 경우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가세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같은 갈등 전선(戰線)의 긴장도를 가를 분수령은 이마트가 금주중 도출할 결론이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황윤정 기자 uni@yna.co.kr yunzhen@yna.co.kr